새벽 5시, 또 잠이 깼다
요즘 매일 이 시간에 눈이 떠진다.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한다. '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걸까.'
90년생, 서른다섯. 누군가는 한창 커리어를 쌓을 나이라고 하고, 누군가는 이미 자리 잡았어야 할 나이라고 한다. 나는 어디쯤 와 있는 걸까.
7년, 그리고 현실
지금 회사에 다닌 지 7년이 됐다. 신입으로 들어와 이 악물고 버텼다. 야근도 마다하지 않았고, 주말 출근도 당연하게 여겼다. "열심히 하면 언젠간 인정받겠지"라고 믿었다.
그런데 현실은 달랐다. 연봉 인상은 매년 물가 상승률에도 못 미쳤고, 승진은 늘 "다음에"였다. 같이 입사했던 동기들은 하나둘 떠났다. 남은 건 나와 점점 무거워지는 책임감뿐.
월급날의 씁쓸함
월급날이 되면 통장을 확인한다. 찍힌 숫자는 7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. 월세, 공과금, 보험료, 적금... 자동이체 알림이 연달아 울리고 나면 남는 건 얼마 되지 않는다.
친구들 결혼식에 갈 때마다 축의금 봉투가 무겁다. SNS에는 동창들의 신혼여행 사진, 내 집 마련 소식이 올라온다. 나는 언제쯤 그런 삶을 살 수 있을까.
명절에 친척들이 묻는다. "용구 너는 언제 장가가니?" 웃으며 넘기지만, 집에 돌아오면 혼자 한숨이 나온다. 지금 이 월급으로 연애를 해도 되는 걸까. 누군가를 책임질 자격이 있는 걸까.
이직, 해야 할까
요즘 이직 사이트를 몰래 들여다본다. 화장실에서, 점심시간에, 퇴근 후 지하철에서. 채용 공고를 보며 '나도 할 수 있을까?' 자문한다.
그런데 무섭다. 서른다섯에 새로운 곳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게. 어린 팀원들 사이에서 막내처럼 배워야 한다는 게. 실패하면 어쩌지?
- 지금 회사는 안정적이지만 미래가 안 보인다
- 이직하면 연봉은 오르겠지만 적응 못 하면?
- 나이 서른다섯,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긴 한 걸까
- 지금 아니면 정말 늦는 거 아닐까
퇴근 후 텅 빈 원룸
밤 10시, 퇴근해서 문을 연다. 불 꺼진 원룸이 나를 맞는다. 편의점에서 산 도시락을 데워 먹으며 핸드폰을 본다. 오늘도 카톡은 업무 연락뿐.
가끔 대학 시절이 떠오른다. 그때는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. 세상을 바꾸겠다고, 멋지게 살겠다고 큰소리쳤었는데. 지금의 나는 그저 하루하루를 버티는 게 전부다.
거울 속 내 얼굴이 낯설다. 어느새 이마에 주름이 생겼고, 눈 밑에는 다크서클이 짙다. 서른다섯, 청춘이라 하기엔 늙었고 중년이라 하기엔 젊은 어중간한 나이.
그래도 오늘을 산다
아직 답을 못 찾았다. 이직을 해야 할지, 더 버텨야 할지.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.
나는 포기하지 않을 거다.
내일도 알람 소리에 일어나고, 지하철에 몸을 싣고, 하루를 버텨낼 거다. 그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니까.
혹시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면, 말해주고 싶다.
우리 모두 잘하고 있는 거라고.
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. 지금 이 순간, 더 나은 내일을 위해 고민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당신이 포기하지 않았다는 증거다.
오늘도 수고했다, 용구야. 오늘도 수고했다, 당신도.